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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좀 더 겸손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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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정(@tjsdlswkd1)2016-04-15 06:48:33

우리 좀 더 겸손해지자
생이라는 놈은 그냥 오만하게 놔두고 우리는 그 오만의 표피에 우리 나름의 풀칠을
하자
그래서 우리의 성실과 참다운 인내를 그려 붙이자
문인 박범신이 아내 황정원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당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밤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눈을 감으면 세상은
당신과 내 가슴 속에 잠자고 그럴 땐 이따금 요강 뚜껑으로 물 떠먹던 옛날의 어느 시절인가가 생각나곤 한다. 그때 어떻게 당신과 내가 함께 있지
않고도 불행하지 않았던가.
생이라는 것은 속 깊은 나목의 그 내부와 같다. 그처럼 깊고 뜨겁고 목이 멘다. 유리창에
성에가 끼는 것으로 겨울을 알던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내면에 흘렀던 밀밀한 물결. 한 끼의 식사를 위하여 몇 해 동안 마스코트처럼 아껴
쓰던 콘사이스를 내다 팔 수 있던 나의 가난한 이웃. 플라타너스 그늘의 벤치에 막걸리로 누렇게 떠버린 얼굴을 떨구고 앉았어도 그런 불행한 자신을
만류할 수 없었던 지난날 내 이성의 분신. 여름이 철거 당하면 가을이 그 자리에 순금의 햇살을 쌓아 올린다. 우리의 의지는 그 가을이라는 계절의
프로그램도 차단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하다.
그러나 내 사랑하는 당신이여! 콘사이스를 내다 파는 나의 이웃이나 막걸리로 창자가 뒤틀려도
어찌할 수 없었던 어느 날 나의 허물을 당신은 너무 나무라면 안 된다. 그것은 이 모든 것이 생이라는 거대한 물줄기에서 우리가 붙잡을 수 있었던
고귀한 실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을 붙잡아 매달 수는 없다. 우리는 다만 개성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그 생을 모자이크 해보는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Gom. 우리 좀 더 겸손해지자. 생이라는 놈은 그냥 오만하게 놔두고 우리는 그 오만의 표피에 우리 나름의 풀칠을
하자. 그래서 우리의 성실과 참다운 인내를 그려 붙이자. 그렇다. 우린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은 우리가 백 번 겸손해도 좋을 만큼 깊고
뜨겁고 목이 멘다. 목이 멘다. (꾸룩... 꼬로룩)
71.12.6 밤
써놓고도 무슨 말인지 잘 몰라!
네가 잘 읽고 요담에 해설 바라는 바임. 귀가 중 이상 없음.
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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