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스튜디오
자유게시판
-
사랑을 지키려면 사랑하되 모두 주지는 마라
1
나유정(@tjsdlswkd1)2016-05-09 10:35:45
사랑을 지키려면 사랑하되 모두 주지는 마라
사랑은 무어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것이다. 잡으려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다가와 도무지 그 속내를 종잡을 수 없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가 다루기 힘든 변덕스러운 장난꾸러기로 묘사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또 사랑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졌다. 어떤 때는 아름다운 결말을 맺지만, 다른 때는 가끔 일간신문을 장식하는 치정 살인극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한다. 그리스 신화의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가 한눈을 판 대상 중 가장 깊은 관계였던 신은 전쟁의 신 아레스였다. 그것은 사랑이 달콤한
행복뿐 아니라 죽음이나 폭력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리스 신화의 아리아드네, 메데이아, 스킬레는 바로 이런 수수께끼 같은 사랑이 파놓은 그물에
단단히 걸려든 인물들이다. 그들이 적과 사랑에 빠졌다고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국과 가족을 배반했다고 단죄할 수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사랑은 한번 타오르면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라 제어할 수가 없다. 사랑은 논리나 상식이 아니다. 감정이고 직관이다. 끈끈이
주걱이다.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날 수 없다.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다.
아리아드네, 메데이아, 스킬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중요한 진실 하나를 말해
준다. 그것은 사랑은 절대 강요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모두 사랑에 실패한
것은 상대에게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사랑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동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상대를 위해 한 일에 너무 의존했다.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야 한다. 사랑은 무엇을 해주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아리아드네, 메데이아, 스킬레 등 세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예로
들어 독특한 사랑의 기술을 피력한다. 그에 의하면 그들이 상대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은 상대의 사랑을 얻기 위해 가장 필요한 속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사랑을 지키려면 갖고 있는 것을 조금씩
천천히 주어야 한다. 오비디우스는 자신이 피력하는 사랑의 “기술의 핵심”을 이렇게 말한다.
“네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면 그녀가 너를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녀는 받은 것을
챙겨 갖고 가니 잃어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녀가 아직 받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항상 자신이 앞으로 받아야 할 선물처럼 생각하는
법이다. 농부가 비옥하지 않은 땅에 계속 씨를 뿌리며 속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노름꾼들도 돈을 딸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노름을 그만 두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해서 탐욕을 이기지 못하고 주사위를 던진다. 그러니 먼저 재미를 보고 그다음에 선물을 주어라! 그게 바로 내 기술의
핵심이다! 그러면 여자는 자신이 이미 준 것이 허사가 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줄 것이다.”
비관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필자도 오비디우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고도 감당할 수 있다면 다 주어도 괜찮다. 그 후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도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다면 괜찮다. 그건 이미
세속적인 사랑이 아니라 초월적인 사랑으로 넘어선 상태이다. 독일의 시인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엘레노라 두제나 베티나 폰 아르님처럼 자신을
버린 애인을 계속 사랑하여 이별의 고통을 숭고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여인들을 성녀로 찬양한다. 또 떠나갈 것을 알면서도 준다면 맘껏 퍼주어도
좋다. 그건 이미 떠나갈 사람보다 몇 수 앞선 행동이다. 그러나 그런 내공을 아직 쌓지 못한 사람은 사랑에 빠졌다고 무턱대고 올인해서는 안
된다. 그게 습관이 되고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고통을 당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신화, 인간을 말하다 中 김원익
댓글 0
(0 / 1000자)
- 쪽지보내기
- 로그방문

브라우저 크기를 조정해 주시거나
PC 환경에서 사용해 주세요.

개
젤리 담아 보내기 개
로즈 담아 보내기 개














































0
0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