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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와 밀레의 만종 [ 살바도르 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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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정(@tjsdlswkd1)2016-08-06 06:02:16

갈라와 밀레의 만종 [ 살바도르 달리 ]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세계에는 강박적으로 출몰하는 단골 모티프들이 있다. 이들은 조금씩
변형되어 화폭 위를 넘나든다. 또 이런 변형 모티프들이 화면 안에 뒤섞여 나타나기 때문에, 이야기의 실마리를 쉽게 잡아채기 어렵다. 건축적
원근법을 도입한 이 기묘한 실내의 한 장면 속에서 가장 먼 거리에 달리의 연인 갈라(이 그림이 그려진 이듬해 둘은 결혼한다)가 의자에 앉아있다.
그녀가 착용한 현란한 색의 옷은 같은 해에 제작된 <슈거 스핑크스> 속 갈라가 입었던 것과 동일하다. 이 그림이 미스터리한 것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세 인물이 분명히 정서적 유대로 연결된 듯하면서도 각기 독자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라 맞은편에 뒤통수만 드러낸
대머리 사내는 흔히 레닌으로 해석된다.
한편 문 모서리를 쥐고 머리 위에 바닷가재를 얹은 우스꽝스러운 중년은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문필가 막심 고리키라고들 한다. 혹은 고리키로 변형된 달리 자신으로도 풀이된다. 등장 인물 가운데 두 명을 사회주의자로 설정한 것은,
초현실주의 운동이 정치적 좌파의 영향 아래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세 인물의 구도는 이렇다. 열 살 연상의 연인 갈라는 달리에게 모성애의
상징이므로 그의 모친에 비유될 수 있다. 맞은편 레닌은 이미 달리의 다른 작품 <윌리엄 텔의 수수께끼>에서 달리의 부친으로 변형된 바
있으므로, 그의 엄한 아버지로 비유될 수 있고, 바닷가재 사내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달리 자신이다. 달리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제대로
이해했건 못했건, 1929년 자신에게 어머니와도 같은 갈라를 만났고, 같은 해에 엄격한 도덕심을 강조하던 부친과는 결별했다.
이 그림은 비록 아버지와 등을 돌리고 갈라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엄한 아버지의 지배로부터
심리적으로 탈피하지 못하고 여전히 두려워하며 문 밖에 서서 들어오지도 못하는 소심한 달리의 자화상을 묘사한 듯하다. 또 이 작품에서 주의를
요하는 것은, 이 그림이 소설로 치면 액자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림 속 그림’이 있다. 화면 상단에 걸린 그림 속 그림은 달리가
소속한 초현실주의 운동과는 사뭇 거리가 먼 자연주의 화파의 대가 밀레의 1859년 작 <만종>이다. 1933년 전후로 달리는 밀레의
<만종>을 변형시킨 숱한 작품을 내놓았다. 밀레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존경의 표시)인 셈인데, 그러고 보면 이 바르비종파 화가의
회화가 광활한 평지 위에 핵심적인 대상을 근경 위에 던져놓는 식이라는 사실에서 달리의 화면 구성법과 어떤 시사적 연관성을 찾을 만도 하다.
달리는 『밀레의 만종의 비극적 신화』라는 책에서 1932년 6월 어느 날 자신의 마음속으로 밀레의 <만종> 그림이 강한 인상을 주며
다가왔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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