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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왜 네가 힘들까 [ 크리스텔 프티콜랭 ]

    1
    나유정(@tjsdlswkd1)
    2016-12-05 05:39:41








나는 왜 네가 힘들까   [ 크리스텔 프티콜랭 ]
 
 
“왜 너랑은 항상 이런 식이지?”
연인, 배우자, 엄마·아빠, 직장 동료, 사춘기 자녀…
유독 나를 힘들게 하는 ‘너’와의 매일 똑같은 싸움,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오빠, 지금 대체 몇 시야?”
현관문으로 들어서는 남편을 향해 아내가 매섭게 소리친다. 남편은 아내가 기다린 것에 대해
내심 미안하면서도 세게 나간다.
“1시 조금 넘었는데 뭘 그래? 일하고 회식하면 그럴 수도 있지.”
“그 회사에는 오빠밖에 없어? 뭐 대단한 일 한다고 맨날 이렇게 늦어, 월급도 쥐꼬리만큼
주면서….”
“누구는 좋아서 늦는 줄 알아? 나도 피곤해, 그리고 누가 기다리라고 했어? 먼저 자라고
했잖아!”
“지금 그게 이 시간까지 기다린 사람에게 할 소리야?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해서 애
데려오고, 집안일 하고….”
“또 그 소리야? 그러니까 자라고 했잖아, 먼저 자라고!”
원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아내가 쏘아본다.
“오빠는 나한테 아무 관심도 없지? 이 집은 나만 지키고 있는 거지?”
울먹이는 듯한 아내의 목소리에 남편은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 안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조용히 구두를 벗고 방문을 연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누구에게나 유독 ‘힘든’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에겐 한없이 너그럽고 친절한 아가씨인데,
남자친구만 만나면 답답하고 속 터진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있다. 성격 좋고 사회생활 잘하기로 유명한 엄마인데, ‘중2병’에 걸린
아들만 보면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의 그 사람과 싸울 때, 우리는 자주 느낀다. 왜 내가 이 말을 또 하고 있지? 왜 이
사람과 언쟁하기 시작하면 항상 이런 식으로 끝나지? 이러려고 시작한 대화가 아닌데, 항상 답 없이 불쾌하게 끝나 버리는 싸움. 벗어날 수 없는
쳇바퀴에, 마치 어떤 게임 안에 저 사람과 내가 갇힌 기분이다.
 
우리는 희한하게도 정해진 사람과 정해진 패턴대로 똑같은 싸움을 반복한다.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심리 게임’이고, 게임을 주도하는 사람은 피해자, 박해자, 구원자― 이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당신을 유독 힘들게 하는 그
사람도 아마 이 유형 중 하나일 것이다. 어쩌면 당신 역시 이 역할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지리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그 사람과 당신의 패턴을 깨닫고 나면, 당신은 아마도 스스로 그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그래요, 걔랑은 늘 똑같은 말로 싸워요”
-패턴이 되어 버린 너와 나의 다툼
 
이 뻔하고 진 빠지는 싸움들은 분명 ‘게임’이다. 포문을 여는 계기, 쟁취해야 할 목표,
패턴화된 규칙이 있다는 점에서 게임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앞의 예로 돌아가 보자. 아내는 회식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지금 몇
시야?”라는 진부한 대사를 날린다(포문을 여는 계기). 몇 시인지도, 남편이 어디서 오는지도 알면서 던지는 말이다. 남편은 예상대로 반응한다.
자기도 피곤하고 힘들다며, 분명 먼저 자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항변한다(패턴화된 규칙). 그러나 결국 이 게임의 승자는 아내다. 아내가 자신과
가정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게 아니냐며 죄의식을 자극하자, 남편은 말문이 막혀 사과한다. 새벽 1시에 귀가했다는 이유로 남편을 ‘무책임한
가장’으로 만들어 버린 아내는 홀로 가정을 지키는 ‘헌신적인 배우자’가 되었다(쟁취해야 할 목표).
 
‘심리 게임’이라는 용어는 1963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교류분석의 창시자인 에릭
번(Eric Berne)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에릭 번은 사람들이 다투는 방식이 일정한 순서를 따라 반복되고 예상 가능한 패턴을 보이다가
마침내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패턴에 일상적인 용어를 붙여 심리 게임 목록을 만들었다. ‘너만
없었으면’ 게임, ‘너 이번에 딱 걸렸어’ 게임, ‘정말 너무하죠!’ 게임 등 이름만 들어도 상황을 연상할 수 있도록 갈등 유형을
정리했다.
또한 그는 심리 게임의 ‘미묘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우리가 되풀이하는 싸움들이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진정한 동기는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대체 몇 시냐’는 물음은 결코 남편의 귀가 시간을 당기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은 그렇지 않지만 나는 당신과 가정에 항상 헌신하고 있다’고 어필하고 싶은 아내가 던진 게임의 ‘떡밥’이었다.
 
“답답해요, 마치 싸우려고 만나는 것 같아요”
-일부러 싸우는 것만 같은 우리 안에 감춰진 심리
 
“자기야, 나 못생겼지?”
 
연애 좀 해 본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여자친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 공포스러운 대사를
들어 봤을 것이다. 못생기지 않았다고, 너는 너무 예쁘다고 해 봤자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고, 그렇다고 “네가 뛰어나게 예쁜 편은
아니잖아?”라고 진실(?)을 말했다간 두고두고 욕먹을 게 뻔하다.
 
“무슨 소리야, 네가 얼마나 예쁜데.”
“아냐. 나 못생긴 거 다 알아.”
“아니라니까.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해?”
“정말이야?”
“응! 예뻐. 예쁘다니까~”
(잠시 침묵)
“……그런데… 사실은 나 못생겼지?”
“……그래! 너 못생겼어. 엄청 못생겼다! 됐냐?”
“거 봐! 나 못생긴 거 맞네. 못생긴 나랑 왜 만나? 왜 만나냐고!”(본문
119~120쪽)
 
‘나를 뻥 차 주세요!’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전형적인 피해자 게임의 예로, 상대를 도발해서
상대가 화가 난 나머지 박해자로 돌변하게 만들고 자신은 피해자가 되도록 몰고 가는 경우에 해당된다. 얼마나 전형적인지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이기까지 한 이 게임은, 과연 심리 게임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우리 인간에게는 물, 음식, 잠에 대한 기본 욕구 못지않게, 절박하지만 노골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욕구가 있다. 바로 자기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다. 인간은 자극을 박탈당하면 미쳐 버리고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자살을
기도한다. 익히 잘 알려져 있는 고문 방식만 봐도 그렇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밤이나 낮이나 전등 하나만 켜져 있는 독방에 가두어 놓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이 망가지기에 충분하다. 즉 인간은 주기적으로 자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들을 입수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본문 22쪽).
 
아이들조차 있는 듯 없는 듯 무시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혼나는 편을 선호한다고 한다. 어디
아이들뿐이랴. 어른들도 무시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싸움을 일으키고 대차게 고함지르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꾸 상대를 건드리며
부정적인 자극이라도 끌어내려 애쓴다. 타인의 관심을 억지로 나에게 끌어오는 것이다(본문 23쪽). 심리 게임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제 막 직장에서 돌아왔다. 남편은 컴퓨터로 뭘 들여다보는지 사람이 왔는데도 고개를 드는 둥
마는 둥이다.
“당신은 오늘 별일 없었어? 저녁으로 뭘 먹을까?”
남편이 “응, 아무거나 먹지.” 혹은 “나도 몰라.”라고 건성으로 대꾸한다. 나는 이
무관심이 슬슬 언짢아지기 시작한다. 그럼, 게임의 판을 벌이자.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남편의 약점은 모두 내 손바닥 안에 있으니까!
“여보, 내가 한 마디 해야겠어. 이번 주말에는 제발 차고 좀 치워 줘. 얼마나 난장판인지
자전거도 못 꺼낼 지경이라고.”
내가 제대로 허를 찔렀다면 남편은 즉각 반응할 것이다.
“뭐? 주중에도 힘들게 일하는데 그따위 잡일로 주말까지 날려야 해? 요즘 계속 눈 오는 거
안 보여? 이런 날씨에 자전거 끌 일이 뭐가 있다고 난리야! 당신은 꼭 급하지도 않은 일로 사람을 달달 볶아야 속이 시원해?”
자, 나는 드디어 남편의 관심을 끌었다. 이 관심을 잡아 놓으려면 세게 받아쳐야
한다.
“그럼 난? 나는 뭐 노는 사람인가? 내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일하는데!”(본문
25쪽)
 
이 싸움의 주인공들은 지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쓰는 게 아니다. 사실 자전거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진짜 메시지를 감춘 채 한 판 게임을 벌이고 있다. 왜? 상대의 관심을 붙들어 두고, 살아 있다는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못난 자아의 허기 때문에 상대를 건드리고 거나하게 한 판 싸우는 것이 ‘내가 없다’는 느낌보다 더 강렬하고 생생하다. 엉망진창으로
어질러진 차고가 사실은 축복이다. 그 차고를 핑계로 두 사람은 얼마나 그악스럽게 싸울 수 있었던가!
 
앞에서 언급한 연인 간의 ‘나를 뻥 차주세요!’ 게임도 마찬가지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이 게임의 정답은 무조건 남자친구가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미인인지 아닌지는 여자친구도 다 안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이 게임을 시작한 이유는 연인에게서 ‘사랑한다’는 인정 자극을 받고 싶어서다. 당신을 힘들게 하는 그 사람도 마찬가지다.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든, 살얼음판 걷듯 침묵으로 일관하든, 그가 원하는 것은 당신의 관심이다. 다만 그가 어떤 유형이냐에 따라 행동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넌 꼭 얘기를 그런 식으로 몰고 가더라”
-말싸움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역할들, 피해자·박해자·구원자
 
심리 게임을 주도하는 사람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자긴 아무 잘못이 없다며
징징거리는 피해자형, 넌 늘 왜 그 모양이냐며 훈수 두는 박해자형, 굳이 도와주겠다고 폭 넓은 오지랖을 자랑하는 구원자형.
 
 
자기가 하는 심리 게임을 파악하고 해체하는 것 자체가 자기 자신과 충분히 거리를 두고
스스로에게 정직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요컨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게임에서 빠져나오려면 부정적이고 병든 심리 게임의 자극보다
긍정적이고 친밀한 대화를 우선시해야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랜 세월 심리 게임에 빠져 살아온 사람들은 평온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더라도
처음에는 되레 그 관계가 재미없고 밋밋하다고 느낀다. 긍정적 관계보다 자극적 게임을 선호하는 마음의 이면에는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가 되기를
두려워하는 심리가 있다. 애정 관계의 잠재적 위험을 어려서부터 배웠기 때문에 그런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크리스텔 프티콜랭
 
프랑스의 저명한 심리전문가. 신경언어학, 에릭슨 최면요법, 교류분석 등을 공부하고
심리치료사, 자기계발 강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간관계에 특히 관심을 갖고 17년 넘게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조종에
관해 많은 책을 썼고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됐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라 』 『나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좋다 』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r』 『내 아이와 소통하기 』 등 다수의 저서가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었다. 프랑스 국영방송과 지역
방송에 출연하고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는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독자와 청중들을 만나고 있다. 각자가 타고난 감정들을 잘 관리하면 인류 전체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따뜻한 긍정주의자다.
 
- 예스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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