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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바람벽이 있어

    1
    나유정(@tjsdlswkd1)
    2017-04-12 10:45:21








흰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잼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백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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